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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aP —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부모도 같이 맞아야 하는 이유

by 월천_파파 2026. 4. 13.

들어가며 — 이름은 익숙한데, 뭘 막는지는 몰랐다

예방접종 동의서에서 DTaP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다. BCG, B형간염 다음으로 일찍 시작하고, 접종 횟수도 많다.

그런데 막상 DTaP가 무엇의 약자인지, 세 가지 질병이 각각 어떤 병인지 정확히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나도 그랬다. DTaP라는 이름을 수십 번 봤지만,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인지는 접종을 다 마치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봤다. 그러다 한 가지 사실에서 멈췄다. 백일해는 신생아에게 치명적인데, 정작 신생아를 감염시키는 건 주변 어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른 중 한 명이 나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편은 DTaP가 막아주는 세 가지 질병 이야기, 그리고 왜 부모도 함께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 DTaP, 세 글자의 의미

DTaP는 세 가지 감염병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이다.

  • D (Diphtheria): 디프테리아
  • T (Tetanus): 파상풍
  • aP (acellular Pertussis): 백일해 (무세포 성분 백신)

세 가지를 하나의 주사로 예방한다는 점에서 혼합백신의 대표 격이다. 소문자 'a'가 붙는 이유는 백일해 성분이 세균 전체가 아닌 특정 단백질 성분만 사용하는 무세포(acellular)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전세포(whole-cell) 백신보다 이상반응이 적어 현재는 무세포 방식이 표준으로 사용된다(대한소아과학회, 예방접종 지침, 2023).


2. 디프테리아 — 목을 막는 막, 한때 소아 사망의 주범

어떤 질병인가

디프테리아는 코리네박테리움 디프테리아(Corynebacterium diphtheriae)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목과 코의 점막에 회백색의 두꺼운 막(위막)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막이 기도를 막으면 질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독소가 혈류를 타고 퍼지면 심근염, 신경마비 등 전신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백신 도입 이전에는 소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디프테리아의 치명률은 치료를 받더라도 5~10%에 달하며, 치료받지 못한 경우 최대 20%까지 높아진다(WHO, Diphtheria, 2023).

지금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국내에서는 백신 도입 이후 사실상 퇴치 수준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병이 아니다. 예방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유행이 발생한다. 2023년 기준 나이지리아, 예멘, 파키스탄 등에서 수백 건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해외 유입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WHO, 2023).


3. 파상풍 — 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조용한 위협

어떤 질병인가

파상풍은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Clostridium tetani)라는 세균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해 발생한다. 이 세균은 토양, 먼지, 동물 배설물 등 환경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상처를 통해 체내로 침투한다. 신생아의 경우 소독이 불충분한 탯줄 처치 과정에서 감염되는 신생아 파상풍(Neonatal Tetanus)이 특히 위험하다.

 

파상풍 독소는 신경계에 작용해 근육 경련과 강직을 일으킨다. 턱 근육이 굳어 입을 벌리지 못하는 증상(개구장애, trismus)이 대표적이며, 호흡근까지 침범하면 호흡 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유일한 방법이다.

신생아 파상풍의 현실

WH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신생아 파상풍으로 약 1만 4천 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WHO, Neonatal Tetanus, 2023). 대부분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예방접종이 없다면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 신생아 파상풍이 드문 이유는 산모의 Td/Tdap 접종과 신생아 DTaP 접종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4. 백일해 — 신생아에게 가장 위험한 질병 중 하나

어떤 질병인가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이름처럼 100일 동안 기침이 지속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기침이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되며, 발작적인 기침 끝에 숨을 들이쉴 때 '흡' 하는 특징적인 소리(whoop)가 난다.

 

성인이나 나이 든 어린이에게는 심한 기침 정도로 지나갈 수 있지만,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시기 영아는 기침 끝에 무호흡(apnea) 상태가 되거나, 폐렴·뇌병증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숫자로 보는 심각성

질병관리청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백일해는 주기적으로 유행하며, 최근 수년간 환자 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 CDC 데이터에 따르면 백일해로 사망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생후 3개월 미만의 영아다(CDC, Pertussis, 2023). 백신을 맞기 전인 이 시기가 가장 취약하다.

 

대한소아과학회 예방접종 지침은 생후 2개월부터 DTaP 접종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 시기의 백일해 감염 위험성을 명시하고 있다(KPA, 2023).


5. 부모도 같이 맞아야 하는 이유 — 코쿠닝 전략

신생아를 감염시키는 건 주로 가족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후 2개월부터 DTaP 접종을 시작하지만, 1차 접종만으로는 충분한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다. 기초 접종 3회를 마쳐야 어느 정도의 면역이 생기는데, 그 전까지 신생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그렇다면 이 취약한 시기에 신생아를 누가 감염시키는가. 연구 결과들은 일관된 답을 내놓는다. 엄마(38%), 아빠(16%), 형제자매(20%) 등 가족이 주요 감염원이다(Skoff et al., CDC, 2015). 어른은 백일해에 걸려도 '심한 기침' 정도로 지나치기 쉽다. 백일해인 줄도 모르고 아이 곁에 있다가 신생아에게 전파하는 경우가 실제로 빈번하다.

코쿠닝(Cocooning) 전략이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코쿠닝(Cocooning) 전략이다. 신생아 주변의 모든 가족과 접촉자가 Tdap(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혼합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신생아를 고치(cocoon)처럼 감싸 보호한다는 개념이다.

 

대한소아과학회와 CDC 모두 신생아 출산 전후로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 신생아와 밀접 접촉하는 모든 성인에게 Tdap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KPA, 2023; CDC, 2023). 특히 임산부의 경우 임신 27~36주 사이에 Tdap을 접종하면 모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출생 직후부터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

Tdap과 DTaP의 차이

DTaP는 영유아용, Tdap은 성인용이다. 항원 함량에 차이가 있다.

구분 DTaP Tdap
대상 영유아 (생후 2개월~만 6세) 만 11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디프테리아 항원 고함량 (D) 저함량 (d)
백일해 항원 고함량 (P) 저함량 (p)
파상풍 항원 표준 (T) 표준 (T)
국내 제품 인판릭스, 트리악심 등 부스트릭스, 아다셀 등

성인에게 고함량 DTaP를 접종하면 이상반응이 높아질 수 있어, 성인용 저함량 제제인 Tdap을 사용한다. 효과는 동등하다.


6. DTaP 접종 일정과 이상반응

접종 일정

DTaP는 총 5회 기초 및 추가 접종으로 이루어진다. 전액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무료다.

차수 접종 시기 비고
1차 생후 2개월  
2차 생후 4개월  
3차 생후 6개월  
4차 생후 15~18개월 추가 접종 (부스터)
5차 만 4~6세 초등학교 입학 전 완료 권고

이후 만 11~12세에 Tdap 또는 Td로 추가 접종을 받는다. 백일해 면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기 때문에

성인도 10년마다 Tdap 또는 Td 접종이 권고된다(질병관리청, 2024).

이상반응과 대처법

DTaP의 이상반응은 다른 접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편이다. 미리 알고 있으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흔한 이상반응 (대부분 1~3일 내 자연 호전)
접종 부위의 발적, 부종, 통증이 가장 흔하다. 특히 4차, 5차 추가 접종에서 접종 부위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미열과 보챔도 흔히 동반된다. 접종 부위 냉찜질과 충분한 수유로 대부분 관리 가능하다.

 

주의가 필요한 이상반응
38.5℃ 이상의 고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접종 후 3시간 이내에 3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울음이 있거나, 축 처지고 반응이 없거나, 경련이 발생하면 즉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야 한다. 이전 접종에서 심한 이상반응이 있었다면 반드시 다음 접종 전에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마치며 — 아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먼저 맞는 것

DTaP 시리즈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신생아 예방접종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접종을 다 마치기 전까지 아이가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가장 큰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일 수 있다.

 

Tdap 접종은 선택이 아니다. 신생아를 둔 부모라면, 그리고 신생아와 자주 접촉하는 조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다면 지금 바로 접종 여부를 확인해보길 권한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보호다.

 

다음 편에서는 생후 2개월 접종의 마지막 퍼즐, PCV(폐렴구균 백신)를 다룬다. 폐렴구균이 단순한 폐렴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왜 4번이나 맞아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nip.kdca.go.kr), 2024
  • 질병관리청, 2026 표준예방접종일정표
  • 대한소아과학회(KPA), 예방접종 지침, 2023

WHO, Diphtheria Fact Sheet, 2023

  • WHO, Neonatal Tetanus, 2023
  • CDC, Pertussis (Whooping Cough), 2023
  • Skoff TH et al., Pediatric Infectious Disease Journal, 2015
  • CDC, Tdap Vaccine Recommendation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