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첫 등원을 시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에게 콧물과 기침이 ㅠㅠ
처음엔 가벼운 감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불안해졌고,
결국 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RSV 확진을 받았습니다.
생후 200일이라 바로 입원이 결정됐고, 아이가 힘들게 숨 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가장 괴로웠습니다.
단순 감기와 다른 RSV 증상
처음 며칠은 정말 평범한 감기처럼 보였습니다. 콧물이 조금 나오고, 기침을 가끔 하는 정도였습니다.
소아과에서도 초기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처방받은 약을 먹이며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3일째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침이 점점 깊어지고,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여기서 천명음(wheezing)이란 기도가 좁아져서 공기가 지나갈 때 나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말합니다.
저는 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수유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평소 잘 먹던 아이가 젖병을 물고도 힘들어하며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밤에는 숨 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더 심해져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재방문한 소아과에서 RSV 검사를 권유받았고,
코 안쪽 분비물을 채취하는 간단한 검사로 15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RSV 양성, 확진이었습니다.
RSV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의 약자로, 영유아의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바이러스입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전후 아기들은 기도가 좁아서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입원 치료 과정과 현실
확진 직후 바로 입원이 결정됐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산소포화도 저하 위험과 수유량 감소,
그리고 생후 200일이라는 연령을 이유로 입원을 권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감기로 입원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RSV는 단순 감기와 전혀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입원 후 가장 먼저 시작된 건 산소포화도 모니터링이었습니다. 손가락에 작은 센서를 끼우고 24시간 체크했는데, 수치가 90% 이하로 떨어지면 산소 공급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네뷸라이저(nebulizer) 치료도 하루에 여러 차례 진행됐습니다. 네뷸라이저란 약물을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 흡입하게 하는 장치로, 기관지를 확장시켜 숨쉬기를 편하게 해줍니다.
제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흡인 치료가 가장 힘들어 보였습니다. 가느다란 관을 코와 기관지에 넣어 분비물을 빼내는 과정인데, 아이가 이 시간만큼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이 치료를 받고 나면 숨소리가 한결 나아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수유량이 줄어서 탈수를 막기 위한 수액 치료도 병행했습니다.
RSV는 특별한 항바이러스제가 없어서 대부분 증상 완화 중심의 대증요법(supportive care)을 시행합니다. 대증요법이란 질병의 원인을 직접 치료하는 게 아니라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시켜 환자의 회복을 돕는 방식입니다. 입원 기간 동안 제 체력 소모도 상당했습니다. RSV는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밤마다 아이의 호흡 상태를 확인하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잤습니다.
예방접종을 미룬 후회
RSV 예방접종을 고민했지만 비용이 너무 부담돼 결국 미루고 지나쳤습니다.
당시 접종 비용이 1회 수십만 원 수준이라 쉽게 결정하지 못했고,
보통 생후 0~6개월 사이에 맞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만 듣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 후 RSV에 확진되고 입원까지 하게 되니 그 선택이 너무 후회됐습니다.
2024년부터 국내에서는 니르세비맙(상품명: 베이포티스)이라는 RSV 예방 주사가 도입됐습니다.
이는 단클론항체 주사로, 백신과는 다르게 즉시 면역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단클론항체란 특정 바이러스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인공 항체로, 접종 후 바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입원 치료 3일째부터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산소포화도가 안정되고, 기침 횟수가 줄었습니다. 수유량도 조금씩 회복되면서 아이 표정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며칠 뒤 조금씩 숨이 편해지고 다시 웃는 모습을 보며 겨우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퇴원 후에도 1~2주 정도 더 걸렸습니다.
RSV는 단순 감기가 아니라, 특히 돌 전 아기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어린이집 등원 직후 2~3일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바로 재진을 받아야 합니다. 쌕쌕거림, 수유량 감소,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이 보이면 RSV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집에서도 코흡입기로 분비물을 자주 제거해주는 게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어린 아기 감기는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예방접종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입원 치료 과정과 아이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사전 예방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상황을 겪는 부모님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msdmanuals.com/ko(MSD)
https://www.kdca.go.kr(질병관리청)